하하하

조회 수 110 추천 수 0 2010.07.12 12:40:08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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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하하’ 시간의 기적이 만든 좋았던 세가지

 

이 영화는 참 쉽고 편하다. 그냥 편안하게 웃고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 어쩌면 너무 유치해서 웃게 만든다. 유치하지 않아도 될 일에 어떻게 그리도 태연히 유치할 수 있을까. 억지로 웃어달라는 대목에선 그것대로 웃어주면 되고 아무 심각할 것 없는 일에 심각하고, 아무 우울할 것 없는 일에 우울해 했던 일들이 막걸리 한 잔에 모두가 좋았던 일, 좋았던 추억거리로 이야기되는 것.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일상이, 우리들의 여행길이, 우리들의 만남이나 이별이 다 그런 모습일 것이다. 지나고 보면 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

이 영화는 우리의 회상의 기적을 이야기 한다. 문경과 중식,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우연히 통영에 다녀온 사실을 알게 되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서로의 통영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단, 좋았던 것만 이야기하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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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이 정호의 애인, 정화를 만난 일, 문경이 문화해설사 성옥을 만난 것은 분명 눈요기감으로 좋았던 기억들이다. 두 남자는 얼굴이 예쁘고 정화의 몸매, 성옥의 종아리를 기억한다. ‘좋았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좋았던’ 이야기이므로 막걸리 맛이 기막히다. 그들의 통영이야기와 막걸리는 이런 식이다. 좋았던 이야기 한마디씩 하고 막걸리 한잔하는 방식. 이 영화는 바로 이런 이야기 방식을 영화의 엔진으로 달아냈다. 둘의 막걸리 마시는 장면은 스틸컷으로 처리했다. 이야기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한 감독의 센스이다.

 

 

영화 ‘하하하’의 스토리의 힘

 

서서히 두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눈요기를 지나 통영의 속살같기도 한 통영사람들과의 만남과 자신들을 이야기한다. 분명 두 남자는 서로 다른 통영을 여행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나지만 유독 문경과 중식 두 사람은 만나지 않도록 장치했다. 똑같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두 남자에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스토리텔러는 자신들의 인식을 이야기할 뿐이고, 상대방의 인식대로 통영의 일을 이해할 뿐이지만 관객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구도. 요약하자면 화자(話者)의 두 세계를 하나의 공간, 하나의 시간 속에 배치한 시공(時空)일치전략. 이것이 영화 ‘하하하’의 스토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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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하하’는 제목부터 재미있다. 왜 ‘하하하’를 한자로 여름 夏를 써서 ‘夏夏夏’로 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계절이 여름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는 아니라는 옹이같은 것을 담고 있다. 아마도 세가지 코드를 읽어내면 재미있을 수 있다는 얘기인 모양인데 스토리 전개 방식, 그러니까 좋았던 것 한가지씩 얘기하는 방식(앞서 이것을 감독의 센스라고 풀이했다)이 그 하나일 것이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계를 여행한 것을 하나의 공간, 하나의 시간에서 이야기로 만든 영화적 장치(앞서 시공(時空)일치 전략이라고 풀이했다)가 두번째 일 것이다.

 

 

 

좋았거나 말았거나, 이야기를 하고보니 모든 게 좋았던 기억이 된다

 

그렇다면 ‘하하하’의 세 번째 코드는 무엇일까?

이것은 ‘좋았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문경이 꿈 속에서 갑자기 이순신까지 등장시켜 ‘좋은 것만 생각하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처음 문경과 중식 두사람은 ‘좋았던 일’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흔히 술맛 도는 이야기를 하자며 재미있는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경우가 있듯이.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처음, 좋았던 장면을 기억해낸다. 처음에는 기억을 더듬어 좋았던 것을 골라내지만 점점 골라내는 일 자체가 없어지고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이 좋았거나 말았거나 이야기를 하고보니 모두가 좋았던 기억이 된 것이다.

 

 

시간은 기적을 일으킨다!

 

그렇다. 우리들의 삶은 좋은 일과 궂은 일들을 두루 겪으면서 산다. 우리는 항상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기도 한다. 궂은 일은 피하게 되고 얘기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뒤돌아 보면 좋은 일, 궂은 일이 어디 따로 있는가. 이 영화는 그런 우리네 일상과 기억과 경험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끝이 나고 보니 두 사람의 통영에서 있었던 일들은 슬플 것 하나 없는 좋은 것들로 변해있지 않은가? 시간은 그런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 나는 그것을 ‘시간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세 번째 재미있는 코드가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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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든지 경험한 것이기는 할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여전히 좋았던 것은 좋은대로, 슬픈 기억은 슬픈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기억들을 시간의 레일위에 올려놓는 순간,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그래서 굳이 이것이고 저것이고 고를 필요도, 나눌 필요도 없이 두루 좋은 것들이 되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 ‘하하하’를 보고서 그저 ‘허허허’ 웃을 수 있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영화 감독 한 사람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묘하게 터치해 낸 솜씨 덕분에 심오한 우리네 인생을 잠깐이나마 쉽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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